안녕하세요.
올해 서른이 됐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혼자서는 도저히 정리가 안 돼서, 사람들 의견을 듣고 싶어 글을 씁니다.
조금 길지만,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한 관리업체에서 선임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 퇴사하면서 새로 사람을 구하던 중, 오래 알긴 했지만 아주 친하진 않았던 형이 떠올랐습니다.
그 형은 이전 직장에서 퇴사한 뒤 두 달 정도 쉬고 있었고, 다시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금 회사에 권했고, 제 소개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형은 이 업종이 완전히 처음이었습니다.
모르는 게 많았지만 처음에는 배우려는 의지도 보였고, 저도 그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혹시 쉽게 지칠까 봐,
일부러 많은 걸 한 번에 가르치기보다는 천천히 배우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일이 늘어나는 걸 감수하면서도 형 일을 나눠서 도와줬고, 회사에서 탐탁지 않아 하는 부분도 제가 윗분들께 대신 설명하며 커버했습니다.
형은 집이 회사에서 멀었고, 차도 없었습니다. 새벽 출근에 대중교통도 애매해서, 아침마다 제가 형 집 앞까지 가서 태워 출근했고, 대신 퇴근할 때 형이 운전을 했습니다.
당직 근무가 2인 1조라 처음엔 괜찮다던 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했습니다. 11월에 난방을 켜기 시작했는데 휴게실 환경이 안 좋아 바닥에서 자는 게 힘들다고 해서,
제가 사비로 간이 침대랑 토퍼도 사다 넣어줬습니다.
집에 먹을 게 없고 회사에서는 계속 라면만 먹는다고 해서 걱정돼, 반찬도 직접 만들어주고 밥도 챙겨줬습니다.
일하면서 민원 응대가 서툴러 민원이 생기면, 뒤처리는 대부분 제가 했습니다. 주말에는 일이 많지 않으니 그냥 쉬라고 하고, “내가 커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넘긴 적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부터였습니다.
수습 기간이 끝났는데도, 같은 걸 여러 번 알려줘야 했고 한 번 알려준 걸 잊어버리고
다시 묻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시킨 일만 하고, 그다음 단계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전등 작업을 하다가 의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어떤 의자인데요?”부터 묻고, 설명해 주면 가져와 놓고 가만히 있고, “여기 놔달라”, “밟고 올라가야 한다”까지 말해야 했습니다.
CCTV 영상을 검색하라고 하면 “검색했어요”까지만 하고 다음은 묻지 않았고, USB에 저장해서 전달하라고 하면 저장만 하고 전달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으면 “다운받으라고만 해서요”라고 했습니다.
현장 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려주면 옆에서 보기만 하다가 직접 해보라고 하면 못 했고, 다시 차근차근 알려줘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자기 방식대로 하려다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동생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고, 그 책임은 전부 제 몫이 됐습니다.
그래도 저는 형을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직급은 달라도 동등하게 대하려 했고, 직접적으로 뭐라고 하기보다는 좋게 이야기하며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12월 8일에 일이 생겼습니다.
그 전부터 저희 둘 다 지각 문제가 잦았고,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상대를 깨워주기로 약속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날은 제가 새벽에 비교적 일찍 깼고, “지금 다시 자면 못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형 집 앞까지 미리 가서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형에게는 미리 카톡으로
“형, 내가 집 앞에 와서 주차해두고 기다릴게.
혹시 내가 자고 있으면 깨워줘.”
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다 보니 졸음이 와서 그대로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5시 40분이었습니다. 6시에 교대해야 했는데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형에게서도 연락은 와 있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회사로 갔지만 결국 7시가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전날 근무하던 분들이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고, 당장 상황을 수습해야 해서 사과를 드린 뒤, 임시로 근무 교대 시간을 7시로 조정했습니다. 형에게는 출근하면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그날 아침은 민원 전화도 많고 기본 업무까지 겹쳐서 정신이 없었고, 형에게 따로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형은 그걸 서운하게 느꼈고, 제가 자기 의견도 묻지 않고 근무 시간을 바꿨다며 크게 기분 나빠했습니다.
제가 상의하지 못한 점은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마음에 걸려 직접 찾아가 귤 박스를 들고 다시 한 번 사과했습니다. 저는 그때 이 일이 정리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최근 형은 저에게 아무 말도 없이 퇴사했습니다.
제가 아침에 데리러 가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고,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도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가서야 전날 짐을 챙겨 퇴사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문자를 보냈습니다.
왜 아무 말도 없이 그만뒀냐, 기다렸고 너무 서운하다고.
한참 뒤에 온 답장은 이랬습니다.
“어때? 이제 알겠지? 내가 얼마나 기분 좃같았는지.
당해보니까 기분 안 좋지?”
형은 12월 8일 일을 계속 마음에 품고 있었고, 저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원래 하지 않으려던 말을 했습니다.
형이 힘들다고 할 때 제가 해줬던 것들, 출퇴근 태워준 것, 당직 환경 때문에 사비로 침대랑 토퍼 사준 것, 밥이랑 반찬 챙긴 것, 회사에서 욕먹으면서도 커버해 준 것들까지 전부 이야기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억울해서 그렇게 말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형이 그렇게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줄 몰랐다. 몰랐던 건 미안하다.
그래도 이렇게 끝나는 건 너무한 것 같다. 잘 살아라.”
라고 했습니다.
형의 마지막 답장은
“고마워. 잘살게 ^^”
였습니다.
저는 진짜 친형처럼 생각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계속 가고 싶었고,
그래서 너무 허탈했고, 솔직히 눈물도 났습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걸까요?
물론 근무 시간 조정을 상의 없이 한 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분명히 사과했고, 제 실수라고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 하나의 일로, 그동안의 모든 관계를 이렇게 끝내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기적인 건지, 아니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된 건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사람을 만나고 일해야 할 텐데,
또 이렇게 정 주고 마음 줬다가 상처받을까 봐 겁이 납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욕이어도 괜찮습니다.
고칠 수 있다면 고치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